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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인욱, 사랑의 물리학
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
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
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
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
순간, 나는
뉴턴의 사과처럼
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
첫사랑이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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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태주, 개양귀비
생각은 언제나 빠르고
각성은 언제나 느려
그렇게 하루나 이틀
가슴에 핏물이 고여
흔들리는 마음 자주
너에게 들키고
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
사람들한테도 들킨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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류시화, 소금인형
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
바다로 내려간
소금인형처럼
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
당신의 피 속으로
뛰어든
나는 소금인형처럼
흔적도 없이
녹아버렸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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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옥순, 꽃이 피면 너를 잊겠다
꽃이 피면
나는
너를
잊어야겠다
청춘의 빛으로 물든 꽃을 보면서
젊은 날 내 흰 치맛자락에
치자꽃빛 물들이던 너를
기어이 잊어내고야 말겠다
사방천지 흐드러진 꽃에게
내 혼을 던져줄 수 있다면
그때엔
너를 잊을 수 있지 않겠느냐
모진 겨울 다 이겨냈는데
모진 네 생각쯤이야
다시 못 이기겠느냐
못 이겨내겠느냐 말이다
꽃이 피면,
꽃을 꺾어 놀다보면
너도 나를
나도 너를 반쯤이야 잊어가질 않겠느냐
청춘아, 붉디붉던 내 청춘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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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해욱, 느린 여름
맑고도 무거운 날이었다
그는 쓱 웃으며
나의 한쪽 어깨를 지웠다
햇빛이 나를 힘주어 눌렀고
그를 벗어나는 자세로만 나는
그에게로 기울 수 있었다
이런 식의 시간이란
이제 다시 없을 것이다
내가 먼저 움직이고 싶었지만
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
쓱 웃으며 나를
나의 의미를 미리 지워버렸다


